왕우렁이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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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우렁이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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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농업기술원 식물환경연구과 최 정 식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주곡의 자급달성이라는 명제 아래 다수성 품종육성, 조기이앙과 비료, 농약, 농기계와 같은 농자재를 집약적으로 투입하여 수량과 소득을 높이는데 주력하였다. 그 결과 과다한 농약과 비료사용은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과 대기, 토양, 수질의 오염, 생태계의 파괴 등 환경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어 농업의 많은 공익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한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농업생산에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다. 특히 WTO는 지구환경의 지속적인 보전을 위하여 환경에 부담을 주는 농업생산을 규제하기 위한 Green round를 준비하고 있으며 OECD에서도 농업 환경 지표개발에 착수한 실정이어서 멀지않아 환경과 친화적인 농업을 실행하지 않고서는 여러 가지 제약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은 아직도 생산물의 대량 생산만을 생각한 결과 비료의 과다사용, 무분별한 농약의 남용으로 농업환경 파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근 환경농업에 관심있는 단체나 농가사이에서 다양한 유기농법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무수한 유기농자재들이 범람 유통되고 있어 또 다른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올바른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련연구 및 농업인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본 내용은 논에서 제초제를 사용치 않고 왕우렁이를 이용하여 논잡초를 생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하여 연구한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왕우렁이(Anpullarius insularus)는 남아메리카 아마존강 유역의 얕은 호수나 늪지에서 서식하는 패류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의 논, 하천, 저수지 등에 자생하는 우렁이 일명 논고동과 형태가 흡사한 배다리로 이동하는 연체동물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81년 일본을 왕래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들여왔으며 공식적으로는 1983년 충남 아산의 조동기씨가 시험목적으로 정부 승인을 받아 반입하여 양식하게 되었고, 그후 전국 각지에서 식용으로 양식하면서 소득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왕우렁이라는 이름은 이때 양식하는 사람들간에 토종우렁이보다 크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왕우렁이는 토종우렁이와는 형태만 비슷할 뿐 알로서 번식하는 아주 다른 종류다. 왕우렁이는 폐호흡을 하면서 물 속 밑바닥을 배다리로 기어다니며 생활하지만 먹이를 먹거나 물 속의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수면위로 떠오른다. 먹이습성은 잡식성이나 채소, 수초, 연한 풀을 잘 먹으며 양식장에서는 주로 고형사료를 먹이로 급여한다. 암수는 다른 몸이며 교미 후 3∼7일에 붉은 색의 여러 개 알이 뭉쳐진 알덩어리를 벼, 풀잎이나 서식지 시설물의 벽에 붙여 산란한다. 1년된 어미는 15∼30일 간격으로 매회 100∼900개 정도를 산란하는데 연간 10회 정도 산란한다. 알에서 새끼가 깨어나는 기간은 적정온도에서 7∼15일이 소요되고 어린새끼는 3개월 정도가 되면 어른우렁(20∼30g)이가 된다. 왕우렁이의 생존한계 물의 온도는 최저 2℃, 최고 38℃이다. 왕우렁의 활동은 낮보다는 밤에, 저온보다는 고온에서 왕성하며 수온이 낮아지면 활동범위가 줄어준다. 먹이는 주로 밤에 먹으며 수면에 접하거나 물속에 있는 먹이만을 먹기 때문에 크게 자라 물위로 올라온 식물은 먹지 못한다. 이동은 배다리로 이동하지만 이동거리는 짧다. 장거리 이동은 물위로 떠올라 흐르는 물과 함께 떠내려가 장거리까지 이동하지만 건조한 땅위에서는 이동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왕우렁이는 수면과 수면아래 있는 채소, 수초, 연한 풀을 먹는 먹이습성이 있다. 이런 먹이 습성을 이용하여 벼 논에서 발생되는 잡초를 방제할 수 있는 생물적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1) 방사할 논의 준비작업
왕우렁이는 수면과 수면 아래에 있는 식물들을 먹기 때문에 논의 정지작업은 균일하게 하여 깊은 곳이 없도록 하고 가능한 물을 얕게 하여 이앙하여야 물 속에 모가 잠기지 않아 피해가 없다. 왕우렁이 이동거리는 물이 있거나 습한 곳에서는 상당히 멀리 이동한다. 특히 수면위로 떠오른 왕우렁이는 흐르는 물의 흐름에 따라 아주 멀리 이동한다. 따라서 왕우렁이의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논두렁과 배수로에 구멍이 조밀한 망으로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
(2) 종자우렁이의 구입
왕우렁이 농법의 성공은 좋은 종자우렁이를 구입하는데 달려 있다. 종자우렁이를 구입할 때는 3개월 정도 자라서 산란을 막 시작한 20∼30g정도의 것이 좋다. 또한 껍질이 윤기가 나고 건강한 것으로 구입하여 논에 넣어야 왕성하게 산란하며, 투입 초기에 밀도가 높아져 제초효과가 높다. 왕우렁이는 토종우렁이와 달리 온도가 높아야 살 수 있으며 겨울에도 겨울잠을 자지 않고 먹이를 먹기 때문에 양식할 수 있는 시설이나 기술이 없으면 농가에서 직접 양식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종자우렁이는 전문양식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편리하다.
(3) 논에 종자우렁이를 넣는 시기
이앙이 끝나면 준비된 종자우렁이를 넣어주어야 하는데 종자 우렁이를 넣는 시기는 이앙후 7일에 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앙 직후에 넣어도 제초효과는 높으나 이앙묘에 피해가 있다. 이앙 직후 모는 착근하지 않은 상태로 물 속에 잠겨 있거나 수면에 잎이 처져있기 때문에 왕우렁이의 피해를 받기 쉽다. 그러나 이앙해서 7일정도 경과하여 새 뿌리가 나오고 자리를 잡아 모가 바르게 서고 키가 자라 수면위로 나오게 되면 왕우렁이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수면아래의 잡초 종자가 발아하는 시기임으로 발아와 동시에 왕우렁이의 먹이가 된다. 또한 왕우렁이 넣는 시기가 늦어지면 발아한 잡초가 자라서 수면위로 올라오게 되므로 왕우렁이가 잡초를 먹을 수 없어 제초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벼에 피해가 없고 제초효과를 높일수 있는 이앙 7일후에 왕우렁이를 넣어야 한다.
(4) 종자우렁이 넣는 량
이앙 7일후에 종자우렁이를 넣어 주는 량은 10a의 논에 5kg을 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종자우렁이를 논에 넣어 주는 량이 많아지면 초기에 먹이가 부족하여 굶어죽는 개체가 많아져 산란에 의한 어린 왕우렁이의 증식밀도를 확보할 수 없어 잡초방제 효과가 낮아지는데 이앙 15일 후에 10kg을 넣은 것과 이앙 7일 후에 5kg을 넣은 것의 제초효과를 비교한 결과 종자우렁이의 량을 배량으로 증가시켜도 투입시기를 놓치게 되면 제초효과는 매우 낮았다. 따라서 투입적기(이앙 7일후)에 적정량(5kg/10a)를 넣는 것이 제초효과를 높일 수 있다.
(5) 종자우렁이를 넣은후 논의 관리
논 잡초를 방제하기 위하여 종자왕우렁이를 넣은 논은 일반논 관리와는 달리 다음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가) 물관리는 깊게
왕우렁이는 물 속이나 수면에 있는 먹이를 먹기 때문에 물의 깊이가 낮거나 논이 마르면 왕우렁이의 몸체가 드러나고 먹이가 수면위로 드러나게 되어 먹이를 먹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발육이 나빠지고 산란도 불량하며 심하면 종자우렁이가 굶어죽는 일이 있어 어린 왕우렁이가 증식되지 않아 제초에 필요한 초기밀도 확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왕우렁이를 넣은 논의 물관리는 모포기가 물속에 잠기지 않을 정도로 깊게 한다. 그러나 논둑으로 물이 넘치면 왕우렁이가 이동하여 인근의 이앙초기 논이나 담수직파를 한 논에 피해를 줄수 있으므로 논둑으로 물이 넘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왕우렁이는 농약성분이 함유된 물속에서는 살수 없기 때문에 논에 관수하는 물은 농약에 오염되지 않은 물을 관수하여야 한다. 특히 농약을 살포한 인근 논의 배수로에서 흘러나온 물이나 논뚝을 넘친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나) 농약사용은 가능한 제한
종자우렁이를 넣은 논에는 제초제를 비롯한 살충·살균제의 입제 농약을 사용해서는 안되며 잎과 줄기에 살포하는 희석제의 농약도 생육초기에는 살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살충제의 사용은 제한하는 것이 좋다.
(다) 배수로와 논둑에 설치한 망울타리의 관리는 철저히
왕우렁이는 배다리로 지면을 스치듯 아주 느리게 이동하여 그다지 멀리 이동하지 못하나 수면위로 떠오른 왕우렁이는 물의 흐르는 속도와 물길에 따라 빠른 시간에 아주 멀리 이동한다. 따라서 배수와 논둑에 설치한 망울타리는 수시로 확인하여 왕우렁이가 밖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하여 한다. 특히 인근에 이앙초기 논이나 담수직파논이 산재하고 있다면 관리를 더욱 더 철저히 해야 한다.
(라) 조류 피해방지
종자우렁이를 넣어준 논에는 백로와 같은 조류가 몰려와 종자우렁이를 잡아먹기 때문에 새그물이나 방제테이프를 쳐서 조류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먹이습성을 이용하여 제초제를 대용한 왕우렁이농법은 논농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초제를 생물적 자원으로 대체함으로써 토양 및 수질오염 방지와 생태계 보호 등 친환경농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으며 농산물의 농약오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농가 소득증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제초제를 대신할 수 있는 생물자원
생물자원인 왕우렁이의 제초효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제초제를 2회 살포한것과 비교해 본 결과 이앙후 7일에 5kg의 왕우렁이를 넣어준 곳에서는 다년생이나 1년생 초종 모두에 효과가 있어 98.6%의 제초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앙 초기 제초제와 중기 제초제를 각 1회씩 2회 살포한 곳의 제초효과는 왕우렁이 농법보다 낮은 91.3%이었다.
왕우렁이는 잡초가 지속적으로 발아하여 올라온다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먹어 치우기 때문에 왕우렁이가 생존하는 한 제초효과는 지속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왕우렁이의 특성을 이용하여 많은 인력과 경비가 소요되는 수로의 수초제거에도 응용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2) 왕우렁이농법은 환경보전에 기여
왕우렁이농법에 대한 환경평가를 위하여 관행농법에서 사용되는 제초제를 이앙초·중기에 2회 살포한 것과 물벼룩의 밀도를 조사 비교하였다. 그결과 제초제를 2회 살포한 논에서는 5㎖당 1.5마리였으나 왕우렁이농법을 한 논에서는 3.5마리로 2배이상 많았다.
(3) 왕우렁이농법은 농가소득증대에 기여
왕우렁이농법의 쌀 생산량은 '96년 시험결과 10a당 527kg으로 관행농법의 538kg에 비하여 2.3%정도 감수하였다. 이것은 왕우렁이 농법에서는 비료와 제초제뿐만 아니라 병해충방제에 필요한 각종 농약을 가능한 살포치 않은 결과이다. 따라서 제초비용과 경영비를 제한 소득은 오히려 관행농법에 비해 2.1%정도 증가하였다.
(1) 월동 및 피해가능성
왕우렁이농법에 사용한 왕우렁이는 열대성 연체동물이다. 생육에 적당한 물의 온도는 17∼25℃이고 생존 가능한 한계저온은 2℃일뿐 아니라 토종우렁이와는 달리 겨울잠을 자지 않고 먹이를 계속해서 먹어야만 생존할 수 있고 물의 온도가 생존 가능한 온도라고 하더라도 먹이가 없으면 굶어 죽게 된다. 따라서 남해 일부지역에서 월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월동 후 벼에 피해를 줄만한 밀도가 형성될 것인가는 계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벼에 대한 피해보고가 있은 후 피해 한계선이 계속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국내 환경에 적응한 변이종의 출현가능성
일부 연구가들의 토종우렁이와 교잡한 새로운 변이종이 출현하여 국내환경에 적응하면 작물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토종 우렁이는 새끼를 낳은 태생인데 비하여 왕우렁이는 알은 낳는 난태생으로 교잡자체가 불가능하여 교잡에 의한 변이종의 출현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왕우렁이 자체가 따뜻한 남부지역의 깊은 못에 월동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앞으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농업의 현실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WTO의 농수산물 개방화, Green round, OECD의 농업 환경지표 개발 등 우리에게는 어느 것이나 쉬운 것이 없다. 이제는 다수확하는 것도 좋으나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농법으로서는 농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환경을 보호하면서 소비자들이 찾아주는 농업, 농산물을 생산해야 될 때라 생각한다. 이러한 때에 농업에 관련된 많은 농업인들이 분발하여 비료와 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생물적자원들과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대체물질들을 많이 개발, 실용화하여 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치 않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왕우렁이농법은 제초제를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생물자원이나 국내에서 월동문제, 작물에 피해가능성 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앞으로의 연구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